1달, 길어도 2달.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다.
하던 프로젝트가 터졌다. 그뒤에 남는 건 허탈함보다는 빈 시간이다. 뭐 하지, 하고 며칠을 보냈다.
그때 디자이너 지희가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했다. 뭔지도 모르고 일단 PRD를 받아서 읽었는데, 괜찮아 보였다. 규모도 크지 않아 보였고, 혼자 붙어도 한두 달이면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단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참가하겠다고 했다. 딱 그 정도의 마음이었다.
화요일 저녁 7시, 어대역 스타벅스 2층
화요일 저녁, 터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7시에 맞춰 회의하는 곳으로 갔다. 어대역 스타벅스 2층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지희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전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갔던 이유는 단순하다. 저기 빈자리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올라가서 자리를 보니 상황이 대충 읽혔다. 위쪽 테이블에 백엔드끼리 모여 앉아 있고, 아래쪽에 프론트랑 디자이너가 있었다. 사람은 결국 비슷한 성향?끼리 앉는다.
면접이라고 하기엔 가벼웠지만, 면접이 아니라고 하기엔 애매한 몇 마디가 오갔다.
“경도 해보셨어요?”
팀장 상희가 물었다.
“경도 해보셨어요?”
숨이 턱 막혔다.
솔직히 나는 경도를 해본 적이 없다. 아동센터에서 일했을 때, 초등학교 애들 노는 거 관리만 해봤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게 이 프로젝트의 필수 조건인 줄 알았다.
질문이 이렇게 들렸다.
“너 경도 안 해봤는데 이 프로젝트 할 수 있어?”
그런데 옆에 있던 프론트 찬빈도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 지희랑 눈빛을 교환하면서 카톡으로 빠르게 물었다.
“뭐지?”
“뭐지?”
“잘 뛰시죠?”
정리가 되기도 전에 다음 말이 왔다.
“저희 QA 할 때 뛰어야 해요. 잘 뛰시죠?”
다시 눈빛 교환.
다시 카톡.
“뛴다고?”
“뛴다고?”
“뛴다고?”
지희도 그 말은 그날 처음 들은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무서웠다고 한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들은 이야기다.
그날 내 첫인상이 꽤 무서웠다고 한다.
키 크고 덩치 큰 놈이 코트 입고 와서 개발자라고 하니까 괴리감이 들었고, 표정도 무표정이라 무서웠다고.
사실 모르는 사람 네 명 앞에 앉아서 제일 떨었던 건 나였는데 ㅋㅋㅋ큐ㅠㅠㅠ
온라인 회의만 한 달
첫 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에서 한 달 정도 일을 하게 됐다.
그래서 회의는 전부 온라인으로만 참여했다. (근데 첫 회의부터 애들이 지각을 하더라고…)
아무튼 디스코드로 회의하고, 카톡으로 소통했다.
존댓말도 계속 썼다.
덕분에 얼굴은 익숙해졌지만 이름은 잘 외워지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별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1달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기술을 쓰게 됐는데, 나는 이게 제일 좋았다.
단기로 붙었다가 손을 못 떼게 되는 건 대체로 이런 이유다.
처음에는 플레이 콘솔과 앱스토어를 둘 다 내 개발자 계정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앱스토어 계정 기간이 만료될 무렵, 상금이라도 조금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학교 중앙 동아리 데모데이에 나가서 발표를 했다.
10만 원을 탔다.
그런데 그날 진짜로 건진 건 상금이 아니라 피드백이었다.
위치 정보를 사용하는 앱은 사업자 등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팀장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개발자 계정을 새로 만들어 앱을 이전했다.
이 과정은 나중에 따로 글 하나를 써도 될 만큼 길어서 여기서는 넘어가려고 한다.
낸 값은 뽕 뽑자
사업자 등록까지 마치고 나니 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이거 낸 값은 뽕 뽑아야 한다.”
다들 정말 그런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몰입했다.
열심히 한 보상이었는지, 상도 하나둘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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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창업 동아리 지원금과 상금까지 더해졌다.
그 돈으로 굿즈를 만들고, 홍보를 하고, 유저를 확보했다.
이렇게 하나씩 결과가 쌓일수록 프로젝트에 애착도 커졌다.
처음에는 한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프로젝트보다 팀원들과의 에피소드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다.